아버지가 성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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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성수에게

벌써 네가 있을 자리가 빈지 2년이 넘는구나 언제까지 이 자리를 비워두고 있어야 하는냐?


"아버지 건강하셔야 합니다"

"아버지 걱정하지 마십시요"

"아버지 만족합니다"


이 말도 네게 다시 들을 수 없다니, 지금도 믿을 수 없다.

황지 국민학교 졸업식 날 700명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하는 네 늠늠한 모습

그리고 전교생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를 울음바다로 만들던 너의 적절한 호소력 표현력에

이 아버지는 그날, 장한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황지 중학교에 입학한 너를 강릉 경포중학으로 전학, 그리고 너를 위한 일이라면

이 아버지는 능력껏 다 하리라고 결심했었다.


합격이다 !

우리 온 가족은 그 이상의 감격이 평생에 더 있었겠느냐

아버지는 힘이 불끝 솟았고 종횡무진 열심히 부지런히 명분있게 살아갈 새로운 좌표를 부여받았다.


그런데, 이 무슨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굳게 다문 네 입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고

무서운 입시 준비 중에도 여유있게 헬스클럽에 다니며 체력단련을 하면서,

좋은 영화는 빠지지 않고 감상하던 너.


교회 학생회장때 사회를 보며 재치있는 말솜씨로 교인들을 웃음바다로 이끌던 너.

여름방학땐 반자지 차림으로 새벽에 일어나 조깅으로 한바탕 뛰고 공부하던 네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토록 엄청난 죽음을 당해야 하느냐


부산이 어딘데 더구나 그 깊은 바다에 돌을 매달아 물에 넣은 무리를 너는 알고 있지 않느냐

그 살인 집단을 하루빨리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 무릎 꿇게 해 다오

이 땅위에 다시는 우리들과 같은 이런 아픔이 없는 자유와 사회 정의가 뿌리내려

정직한 정치인이 정통성 있고 양심에 입각한 민주정치를 실천해야 하지 않겠느냐?

5월제 총연극회 마당에서 네가 목청 높여 절규한 구호는 이루어 질 것이다.


성수야 어리석고 무지하고 용기없는 이 애비는 너의 영정에 부끄러움을 바친다.

아버지 김종욱